[더팩트ㅣ장병문 기자] 폭스바겐에 이어 메르세데스-벤츠도 배출가스 장치를 조작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독일 현지 언론은 12일(현지 시각) 메르세데스-벤츠 등을 제작하는 독일 자동차기업 다임러그룹이 약 100만대의 차량에 배출가스 조작장치를 장착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독일 공영 WDR·NDR 방송에 따르면 독일 검찰은 다임러그룹이 2008년부터 2016년까지 미국과 유럽 등에서 판매한 메르세데스-벤츠 승용차와 소형 상용차 등 약 100만대에 배출가스를 조작하는 장치를 설치한 혐의를 포착하고 수사에 들어갔다.

다임러그룹은 지난 2015년 미국환경보호청이 폭스바겐 디젤 차량에서 발견한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 소프트웨어와 유사하게 인증실험에서만 작동하는 저감장치를 차량에 탑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독일 일간 쥐트도이체이퉁은 다임러가 판매한 차량 중 OM642엔진 또는 OM651엔진의 배출가스 테스트 중에 엔진 전원을 끄기 위한 불법 장치가 사용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업계에 따르면 OM642엔진은 6기통 디젤 엔진으로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GL, GLS 등에 탑재하고 있다. OM651엔진은 배기량 1800cc와 2000cc 등 주로 중형 차량에 사용한다. 해당 차량은 전 세계에 100만대 이상 팔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독일 현지 보도에 대해 "아직 수사 중인 사건으로 구체적인 혐의가 밝혀진 것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또 해당 모델의 국내 판매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확인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했다.

다임러가 배출가스 조작 의혹을 받은 건 지난해 2월부터다. 당시 미국 소비자들은 메르세데스-벤츠 디젤 차량이 기온 50℉(10℃) 밑으로 내려가면 불법적으로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꺼지게 설계됐다고 주장하면서 소송을 제기했다. 다임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그해 4월에는 다임러는 차량에 배출가스 시험을 통과하기 위한 조작장치가 탑재됐을 수 있다는 미국 소비자들의 집단 소송에 따라 미국 내에서 디젤차 배출가스 인증 절차를 받았다.

미국에서의 소송이 진척이 없자 독일 당국은 지난 5월 다임러 11개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당시 다임러는 "디젤 승용차 광고에서 배출가스 후처리장치에 대한 과장 및 조작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라며 배출가스 조작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