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을 불문하고 전 세계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이 결승선을 통과한 직후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이 있다. 경기복 앞쪽에 달린 지퍼를
배꼽까지 죽 내리는 것이다. 평창에서 올림픽 3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이상화(28) 역시 습관처럼 레이스를 마치면 지퍼를 연다.
팬들은 "엄청나게 더운가 보다"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웃 종목인 쇼트트랙으로 눈을 돌려 보면 의문 하나가 생긴다.
같은 스케이팅이고 힘든 건 마찬가진데, 쇼트트랙에선 지퍼 내리는 선수를 보기가 어렵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길까.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은 몸을 거의 'ㄱ'자로 구부리고 탄다.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려면 상체와 빙판이 평행을 이뤄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입는 경기복도 이 자세를 가장 잘 취할 수 있도록 제작돼 있다. 실제 경기복을 벗어놓으면 ㄱ자 모양으로 구부정한 형태를 띤다.
선수들이 상체를 숙일 수 있도록 경기복이 앞으로 당겨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국가대표 출신 문준(35) 스포츠토토 빙상단 플레잉코치는
"경기복을 입고 있으면 누군가 허리를 지그시 누르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이 때문에 선수들은 레이스를 마치자마자 허리를 펴면서
경기복 앞쪽을 열어젖히게 된다.
탄성이 강한 고무 재질로 제작된 경기복은 근육을 단단하게 조여준다. 선수는 더 강하게 빙판을 박차고 나갈 수 있다.
다만 일반인이 이걸 입으면 숨을 쉬기도 쉽지 않을 정도로 강한 압박을 받는다.
쇼트트랙에선 좀처럼 지퍼를 내리는 모습을 볼 수 없는데, 여기에도 이유가 있다. 레이스 도중 충돌이 잦고 넘어지기 쉬운 쇼트트랙은
경기복도 기록 단축보다 안전에 중점을 둬서 설계한다. 쇼트트랙 경기복은 탄성이 조금 떨어지는 대신 몸을 보호할 수 있는 방탄 재질의
합성 섬유를 넣는다. 송주호 한국스포츠개발원 책임 연구위원은 "400m 트랙을 도는 스피드스케이팅은 직선 주로가 길어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는 게 유리하다"며 "약 110m 트랙에서 코너링을 자주 하는 쇼트트랙은 원심력을 이겨내야 해 경기복의 안전성과 활동성이 더
강조된다"고 설명했다.
출처 : msn